• 입력 2021.02.22 15:10

‘꿩 대신 닭’. 말 그대로 값비싼 ‘꿩’ 대신에 값싼 ‘닭’을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새해 첫날인 설날. 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먹는 떡국이 ‘꿩 대신 닭’의 유래예요.

바로 떡국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핵심인 국물, 그리고 음식 위에 뿌리거나 얹는 고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로부터 만들어진 말이죠. 자세히 알아볼까요?

예로부터 떡국의 국물을 내고 고명으로 얹기 위해 사용하는 값비싼 식자재가 바로 꿩고기였답니다. 궁궐이나 양반집에서는 꿩고기로 만든 떡국을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했죠. 꿩고기는 맛도 좋고 ‘하늘 닭’이라며 좋은 일을 가져오는 동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꿩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야생 새다 보니 기를 수도 없고,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숨거나 도망칩니다. 알도 적게 낳다 보니 꿩은 아주 귀한 날짐승이었어요.

수컷 꿩인 장기는 멋진 외모로 유명하다.‘꿩 대신 닭’은 떡국에서 유래했다.
수컷 꿩인 장기는 멋진 외모로 유명하다.‘꿩 대신 닭’은 떡국에서 유래했다.

이렇게 귀한 꿩. 일반인들은 당연히 먹기 어려웠습니다. 꿩을 대신할 새로운 재료를 찾아야 했는데, 바로 꿩과 생김새가 비슷한 닭입니다. 영양과 맛에서 꿩에 크게 뒤지지 않고,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아 번식도 잘하니 금상첨화(錦上添花,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더해짐)지요. 그래서 새해를 기념하는 떡국의 주요 재료가 닭으로 바뀌었고, ‘꿩 대신 닭’이란 말이 탄생하게 됐어요.

정리하면, 이 속담은 ‘쓰려는 것이 없으면 그와 비슷한 것으로 대신한다’라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다시 읽어보면 주인공은 꿩이고, 닭은 꿩이 없을 때나 존재를 확인시킬 수 있는 조연이라고 말하고 있죠. 기껏 꿩의 자리를 대신했는데, 이유가 뭘까요?
사실 맛과 희소성(수와 양이 적어 가치가 높은 것)뿐 아니라 겉모습의 차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외모에 관해서는 꿩이 닭보다 몇 수 위니까요. 특히 수컷인 장끼의 잘생긴 외모는 웬만한 동물 중에서도 미스터트롯 ‘진’ 감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닭이 훨씬 뛰어나요. 전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먹거리에,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로 ‘치킨’, 즉 닭요리가 꼽히기도 하죠.
그러니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을 들으면 닭이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싶네요.

“꿩 대신 닭이라고?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람. 꿩은 여전히 꿩이야. 하지만 나는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이라고. 사람들이 나를 ‘치느님’이라고 부른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걸?”


 어린이 경제신문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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