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5.25 15:53

광고 속으로

최근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선보인 갤럭시 광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삼성은 비판을 받아들여 애써 만든 광고를 며칠 만에 중단하고 말았다.
논란을 주도한 건 영국 BBC. 그런데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 CNN이 나섰다. “한국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광고”라며 반론에 나선 것.
대체 무슨 광고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반응에 차이가 생긴 걸까. 광고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새벽 2시 여성 홀로 조깅, ‘비현실적’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방영했다가 거센 비판 속에 내린 갤럭시 '올빼미족' 광고.[사진 -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방영했다가 거센 비판 속에 내린 갤럭시 '올빼미족' 광고.[사진 - 유튜브 캡처]

새벽 2시. 젊은 여성이 삼성의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 워치를 차고 거리와 골목을 달린다. 새벽 운동이다. 다리 위에서는 자전거를 탄 남성이 지나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영국에서 발표한 ‘올빼미족 사람들’이란 제목의 1분짜리 광고의 주요 내용이다.
이 광고가 왜 논란을 불러일으킨 걸까? 영국 언론과 여성 안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광고가 ‘비현실적’이며, ‘여성 안전에 둔감’하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새벽 2시에 어떻게 여성 혼자서 길거리와 골목, 다리를 달릴 수 있느냐는 얘기다. 지난 1월, 한 여성이 운하 주변 산책로에서 혼자 달리다 살해된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삼성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여성 안전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광고에 반대하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졌다.

삼성의 의도는?

전혀 생각지 못한 논란에 삼성은 “여성의 안전에 둔감해서 이 광고를 만든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삼성은 이 광고는 “개성을 추구하자는 것, 그리고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긍정적인 내용”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CNN 케이티 헌트 기자가 우리나라를 찾아 ‘나 홀로 캠핑’을 하면서 ‘안전 한국’을 증명해 보였다. [사진 - 유튜브 캡처]
미국 CNN 케이티 헌트 기자가 우리나라를 찾아 ‘나 홀로 캠핑’을 하면서 ‘안전 한국’을 증명해 보였다. [사진 - 유튜브 캡처]

계속된 비난에 미 CNN 기자 ‘안전 입증’
삼성이 광고에 담고자 한 메시지는 좋았지만, 반응은 심각했다. 한 영국의 작가는 “새벽에 조깅을 해? 아마 삼성은 다음에 여자 혼자 캠핑 떠나는 광고를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인도 아니고, 한 미국인이 반론에 나섰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미국 CNN의 케이티 헌트 기자가 그 주인공.
“한국에서 새벽 조깅은 당연하게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캠핑장이 아닌 산, 바다, 시골 등에서 여성 혼자 캠핑도 가능한 안전한 나라”라고 맞받아쳤다.
삼성 광고를 처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BBC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믿지 않았다.
이에 케이티 기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전북 임실, 파주 등을 돌며 ‘나 홀로 차박 3일 캠핑’을 했다. 캠핑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친절과 안전한 캠핑 내용도 SNS를 통해 공개했다.

광고, 문화의 차이 생각해야

‘세계 최고의 방송’을 자부하는 영국 BBC와 미국 CNN 사이에 벌어진 ‘광고 논란’.
기업의 실수에 관한 비판이 ‘각국의 치안 차이’로 이어지면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다. 누구도 틀린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이 광고에 대한 영국의 비판을 속 좁은 말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 혼자 깊은 밤 조깅’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며,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동시에 미국 기자도 틀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새벽 조깅은 안전하다는 것, 3일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면서 보여준 나 홀로 캠핑, 이 과정에서 겪은 한국인의 친절과 안전 역시도 과장이거나 비현실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핵심은 하나. 광고는 문화다. 광고는 방영되는 시점, 내보내지는 지역의 상황과 전통, 시청자의 감정과 생각을 잘 파악하고 만들어야 한다. ‘올빼미족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를 놓쳤고, 따라서 삼성이 영국에서 신속하게 광고를 중단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광고를 우리나라에서 내보내면 어떨까?


 어린이 경제신문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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