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13 17:20

지금 세계는?

2023년 11월에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올해 누적 관객 1천 3백만 명을 넘었어요. 1979년 12월 12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쿠데타(군사 반란)를 다룬 영화였죠.
당시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기대하는 국민의 기대가 컸어요. 안타깝게도 표현의 기원이 된 1968년 ‘프라하의 봄’이 그랬듯, 1979년 ‘서울의 봄’도 피어나려면 좀 더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민주주의라는 봄이 찾아왔어요. 그렇지만, 오늘도 봄을 기다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3년째 계속 기다리는 중이죠. 바로 미얀마입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미얀마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어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미얀마 사람들은 저항운동을 벌였고, 결국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내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군인들이 정권을 잡았고, 이후 소수 민족과의 갈등 등 국내 혼란이 계속되었어요. 군사 정권의 독재도 오랜 기간 이어졌죠.

그러던 2020년 11월, 큰 변화가 생깁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중심인물, 아웅 산 수 치가 이끄는 정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정권이 크게 교체되는 상황이 직전까지 다가왔죠.

군부 정권은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어요. 2021년 2월 1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주요 정부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은 체포됐고, 다시금 군사 정권이 도래했죠. 벌써 3년 전에 일어난 일이에요.

미얀마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2021년, 군부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평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렇지만 군부 정권은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며 유혈 진압에 나섰어요. 지난 수십 년간 그래온 것처럼요.

같은 해 4월, 미얀마의 민주주의 세력은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미얀마민족통합정부(NUG)를 만들고 소수민족의 반군과 힘을 합쳤습니다. 9월에는 군부를 향해 선전포고했죠. 지금도 미얀마에서는 군인과 경찰 중심의 군부와 민주화를 바라는 혁명 세력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 피해 심각

무력 충돌이 3년째 이어진 미얀마. 민간인 피해도 그만큼 심각합니다. 약 4,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돼요. 또 미얀마 군부에 의해서 강제로 감옥에 갇힌 사람들의 숫자만 2만 명이 넘습니다.

혼란을 피하려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 즉 난민도 약 300만 명 가까이 발생했어요. 단순히 군인과 군인끼리의 싸움이 아닌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습과 폭격도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것이 미얀마의 현 상황입니다.

군부가 힘을 얻은 이유

주변 국가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독재 정권이거나 사회 체제가 비 슷한 주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미얀마 군부를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했어요.

또한, 미얀마 임시정부의 인권부 장관은 군부를 돕는 나라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미얀마가 중국의 해상 무역로에 중요한 위치이며, 군부는 친중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죠.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쿠데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이야기를 부인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얀마 내전에 대한 UN 개입을 반대하고 군정과 교류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2024년, 미얀마에 봄이 올까

최근 들려온 소식은 어떨까요? 정확히 판명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문가가 군부가 밀리고 있다고 보았어요. 민주화를 바라며 이탈하는 군인과 경찰이 늘었고, 특히 작년 10월에는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으로 성장한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이 군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 있었죠. 이후 혁명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요.

그렇지만, 미얀마 군정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 2월 10일(현지 시각), 군정은 일정 연령대의 남녀 모두 2년간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징병제를 발표했어요. 대규모로 병력을 보충하겠다는 뜻이죠. 같은 시민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며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여권사무소로 지나치게 몰리면서, 압사 사고 가 발생했다는(2월 20일)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3월입니다. 땅에서는 작은 새싹이 움트고, 관목 줄기에는 녹색이 감돕니다. 때로는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24절기 경칩(驚蟄, 지난 3월 5일)을 지나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기나긴 겨울을 겪고 있는 미얀마. 올해에는 꼭 포근한 ‘미얀마의 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이상진 어니스트(파주 한빛초 교사)


어린이경제신문 12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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