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3.27 17:00

“땅 파면 돈이 나온다고?”

따뜻한 봄이에요.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어경이에게 엄마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하루 종일 땅 파봐라. 10원짜리 하나 나오나?” 어경이가 포토 카드를 사달라고 조르다 들은 말이에요.
돈 버는 게 힘들다, 그러니 아껴 써야 한다는 얘기예요. 어경이도 하루 종일 땅을 파도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봄 냉이, 밭에 ‘한가득’

그러던 어느 날, 어경이 가족이 시골 외갓집에 갔어요. 외갓집에는 막내 이모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참, 엄마는 세 자매예요. 엄마가 맏이, 이모가 막내죠. 막내 이모가 말했어요.

“어경아, 냉이 캐러 갈래? 뒷밭에 냉이가 아주 많아.”

엄마, 어경이, 막내 이모 세 사람은 다 함께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뒷밭으로 갔어요. 밭은 그야말로 냉이 천지! 씨를 뿌리고 키웠다고 해도 믿을 정도예요. 셋은 금세 한 바구니 가득 냉이를 캤어요. 이모가 말했어요.

“언니, 이거 둘째 언니에게 보내요. 반찬 만들어 팔게.”

둘째 이모는 할머니를 닮아 음식솜씨가 좋아요.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데, 단골이 아주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어요.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농가에서 대량 재배하는 냉이보다 맛과 향이 좋으니까, 가격도 더 받을 수 있을 거야.”

밭에서 주인 없이 자란 자연산 냉이. 신선한 냉이를 캐서 둘째 이모에게 보내면 반찬을 만들어 팔 수 있어요.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죠. 문득, 어경이가 무언가를 깨달았어요.

“엄마, 하루 종일이 아니라 조금만 땅을 파도 돈이 나오는데요?”

“그렇구나.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며칠 뒤. 엄마는 그림과 표를 만들어서 어경이에게 ‘냉이 경제학’을 설명해 줬어요.

어경이 표를 보니, 둘째 이모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돈을 벌었네요.

엄마 꼭 그런 건 아니야. 우리가 냉이를 캔 뒤 손질하지 않고 보냈으니,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을 거야.

어경이 그래도 가장 큰 비용인 냉이 구매비가 안 들어서 평소보다 더 벌지 않았을까요? 택배비도 저희가 냈으니까요.

엄마 우리 어경이가 경제 박사 다 됐네! 어디 보자, 시장에서 사는 냉이 가격이 1kg에 1만 2천 원이야. 우리가 보낸 냉이가 대충 그 정도니, 시장에서 같은 양의 냉이를 샀을 때와 비교하면 1만 2천 원을 절약했다고 볼 수 있네.

며칠이 지난 뒤, 어경이 통장에 1만 1,500원이 입금됐어요. 통장을 보고 놀란 어경이에게 엄마가 웃으며 말했어요.

암초 만난 '내년 냉이 사업 계획'

“둘째 이모가 보낸 거야. 우리가 나눈 ‘냉이 경제학’ 얘기를 듣더니, 이모가 ‘냉이를 시장에서 구매해서 반찬을 만들고 판매했을 경우에 번 돈‘의 절반을 보낸다고 하더라.”

감사의 전화를 건 어경이. 야심찬 내년 계획도 밝혔어요.

“이모, 1시간 땅 파니 1만 원 넘는 돈이 생겼어요. 하루 종일 땅을 파도 10원짜리 하나 안 생긴다는 말은 엉뚱한 땅을 팠기 때문이었고요. 내년에 2배, 3배 땅을 더 파면….”

“잠깐~어경아. 내년에도 냉이를 캘 거라면, 냉이에서 흙을 털고, 손질해서 깔끔한 상태로 보내줘야 해. 이물질도 들어가면 안 되고. 그게 생산자가 하는 일이잖니?”

아차,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네요. 돈 버는 건 생각보다 복잡해요. 냉이 사업을 포기해야 할까요? 어경이의 ‘냉이 경제학’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고 있답니다.

▶활동 플러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마주한 어경이. 내가 어경이라면, 내년 냉이 사업 계획을 어떻게 보완하겠나요? 사업성이 없다고 포기할 수도 있고, 진짜 웰빙 고품질 냉이를 준비할 방법을 구상할 수도 있어요. 생산자의 관점으로 생각해 봐요!

박원배 기자 


어린이경제신문 12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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