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11.03 17:54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20)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어요.
“한국은 33년이라는 짧은 기간, 황폐했던 제3세계 국가에서 충분히 개발된 세계 수준의 경제 국가로 자신을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말한 33년과 한국의 성공은 무엇을 뜻할까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변화와 전년 대비 증감률(자료 : macrotrends)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
1995년은 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출발 (1962년)을 선언하고 산업화가 시작된 지 33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GNI)은 1만 달러를 넘어섰고, 수출 1천억 달러 돌파의 기록을 세웠어요. 영국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 200년이 지난 1987년에야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죠. 19세기 중반 산업화가 시작된 미국은 1978년 1만 달러를 달성했으니, 120년 넘게 걸린 셈이에요. 일본도 1867년 메이지 유신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지 114년 지난 1981년에야 이 기록을 달성했죠. 물론 산업화 출발 시기와 환경이 달라 이런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이 산업화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만에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기록한 나라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입니다.
이렇게 빠른 성장은 놀랍도록 늘어난 수출 덕분이에요. 1962년 대한민국의 수출액은 4,087만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1995년 10월에는 어땠을까요? 수출은 1천억 달러를 기록했고, 연말에는 1,250억 달러를 넘었어요. 1962년과 비교하면 3천 배가 넘게 늘어났어요.

수출품,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변화’
1990년 수출 품목을 보면 반도체와 선박, 영상기기 같은 제품의 수출이 두드러져요. 그래도 1, 3위는 만들기 쉬운 의류와 가죽 신발이었죠. 한편, 수출액 1천억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던 1995년은 어떨까요.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승용차, 가전제품, 선박 등 중화학공업 제품의 수출 비중이 크게 높아졌어요.
또한, 1995년 총수출액은 1990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수출이 놀랍도록 증가한 건 나라가 1970년대 추진한 중화학 공업화 정책과 1980년대 민간 기업이 위험을 무릅쓰고 진출한 반도체 산업이 모두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에요.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산업 등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과 수출 구조는 부가가치가 높은 중화 학공업과 첨단사업으로 바뀌었습니다.

1990년대에 바뀐 건 수출 품목만이 아니에요. 수출시장도 변했어요. 1990 년 이전은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핵심 수출시장이었습니다. 그러다 1992년 중국과 국교를 맺은 후에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상대 적으로 낮아지고, 중국의 비중이 높아졌죠. 한편으로는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며 구매력이 높아진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도 높아졌어요.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대의 화물터미널이 있는 무역항이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대의 화물터미널이 있는 무역항이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1990년대 이후 주요 수입 품목
1980년대부터 대한민국의 수입 품목 1위는 대부분 원유였어요. 에너지원이나 원료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 석유 원료인 원유는 전혀 생산되지 않으니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1990년 수입 품목 2위는 주로 반도체. 반도체가 수출 1위 품목인데 무슨 말이냐고요? 반도체는 크게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및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그리고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파워 IC(직접 회로) 같은 비메모리 부문으로 나누어져요.
한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기술력은 1위입니다. 다만, 비메모리 분야의 기술력은 아직 미국과 일본보다 뒤떨어져요. 그래서 비메모리가 필요한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를 많이 수입하고 있답니다.


어린이 경제신문 1130호 

관련기사
저작권자 © 어린이 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