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12.16 11:28
- 수정 2021.12.16 11:29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23)
인천국제공항 건설은 한국 경제사에서 꼭 살펴봐야 하는 쾌거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규모나 운영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가운데 하나죠. 하늘길이 빨리 활짝 열리기를 기대하며, 인천국제공항 건설 이야기를 들어봐요.
거센 반대 속 바다 메워 건설 나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여객 관문이었던 김포국제공항은 그다지 붐비지 않았어요. 외국인들은 한국을 아시아 한쪽 끝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로 알고 있어서 별로 찾지 않았죠. 또 일 원의 외화라도 아껴야 했던 시절이라, 한국인은 유학·출장·취업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어요. 그런데 1981년이 되면서 사용자가 늘자, 이 추세로 앞으로 10년 뒤면 김포 국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어요.
이에 새로운 국제공항을 짓기로 했지만, 위치도 정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드디어 서두르게 됐어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고, 외국인의 방문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죠. 특히 1989년부터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공항 건설은 발등의 불이 돼 버렸어요.
8년 만에 완공, 2,700만 명 이용
새 국제공항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메워 만든 1천7백만 평의 땅에 세우기로 했어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어요. 이유를 들어볼까요. ‘중부지역에 건설하면 다른 지역 발전이 어려워진다’, ‘공항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마련이 어렵다’, ‘바다 가까운 곳이라 자연재해와 환경 파괴의 위험이 크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는 공항 근처에 인구 2천만 명이 살고 있고, 비행 거리 3시간 30분 이내에 인구 1백만 이상의 도시가 43개나 있어서 ‘동북아시아 허브 공항’이 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죠. 결국 결정이 받아들여졌고, 본격적인 건설에 나섰어요.
거점 공항. 특정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공항이에요. 동북아시아로 오는 사람들이나 화물이 인천국제공항으로 많이 들어와서 주요 환승 거점이 되면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의 허브 공항이 되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개별 항공사가 거점을 두고 주로 이용하는 공항을 뜻하기도 해요.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델타항공, 폴라에어 카고, 타이항공의 허브 공항입니다.
찬반 논란을 끝내고 건설 공사에 나선 것은 1992년 11월. 그리고 8년 만에 제1·2 활주로, 15만 평 규모의 여객터미널, 6만 평의 화물터미널이 완공됐어요. 1단계 공사 이후 인천국제공항은 한 해 2,700만 명의 여객과 17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됐어요.
세계적 공항으로 우뚝 서다
2001년 3월 29일 오전 4시 45분. 방콕발 아시아나항공 OZ3423편(현재 OZ742로 변경)이 인천국제공항 제2활주로에 도착했어요. 인천국제공항이 역사의 장을 연 순간이에요. 개항 후 인천국제공항의 여객 수요는 매년 6% 넘게 증가 했어요. 2008년 7월 제3활주로 완공 등 2단계 건설 사업을 마친 뒤엔 연간 4,400만 명의 여객과 45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8년 1월에는 제2여객터미널 완공 등 3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현재는 연간 7,200만 명의 여객과 580만 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공항으로 성장했어요.
지금은 제4활주로 추가 건설을 포함한 4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에요. 원래는 여기서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제5활주로와 제3여객터미널을 건설하는 5단계 사업도 추구할 예정이래요.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면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1억 2,0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초대형 공항으로 변신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운영 면에서는 세계 공항의 롤 모델이에요. 매년 항공업계 평가사인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발표 하는 세계 TOP 100 국제공항 순위에서 최상위권이고, 국제 공항협의회(ACI)가 발표하는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도 최상위로 평가받아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사
2001년 3월 28일 밤, 항공기 34대가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연속으로 날아왔어요. 에어쇼가 아니에요. 김포에서 인천공항으로 대규모 이사를 진행한 거죠. 출입국관리사무소, 세관, 여러 항공사, 기타 협력 사가 이사하면서 항공기 본체도 함께 옮겨야 했어요.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사였던 공항 이전은 인천 공항 개항 사흘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5∼11톤 트럭 3,322대 분량의 짐이 육로로 옮겨졌고, 대한항공의 화물기 2대는 김포-인천을 10차례 왕복하면서 대형트럭 200대분의 짐을 날랐어요. 1998 년 정부종합청사의 대전 이전을 위한 이삿짐이 트럭 900여 대 분량이었다니, 공항 이전이 얼마나 큰일이 었는지 짐작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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