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9.08 11:49
  • 수정 2021.11.18 10:43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16)

2020년 초부터 새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주식 초보자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주식거래를 하는 계좌 수는 2012년 2,000만 개, 2018년 1월 2,500만 개였는데, 2021년 8월에는 5,000만 개로 늘어났어요. 대한민국에는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에도, 한국에서는 지금과 같은 주식투자 열풍이 분 적이 있어요. 과거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198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 변화. 부분적으로 하락세가 있지만, 대체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자료 출처: 한국거래소]
1980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코스피지수) 변화. 부분적으로 하락세가 있지만, 대체로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자료 출처: 한국거래소]

4년 만에 7배 오른 종합주가지수
1956년 증권거래소(2009년 2월 4일 한국거래소로 명칭 변경)가 문을 열면서 한국에서도 주식 투자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거래되는 주식 종목 수는 12개에 불과했고,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죠.
1973년, 기업 주식거래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졌어요. ‘중화학 공업화 선언’ 이후 기업들은 중화학공업시설을 만드는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국민투자채권’을 발행해 기업을 지원할 자금도 마련하고, 동시에 주식시장도 살려 보기로 한 것이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종목은 1972년 66개에서 6년 만에 356개로 크게 늘었어요. 그런데도 1980년대 중반까지 시장은 그리 활기를 띠지 않았죠.
1980년 100포인트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5년 후에도 150포인트를 넘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주식을 거의 사고팔지 않아서, 시장도 커지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85년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자리 잡으면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점차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1985년 초 139포인트였던 종합주가지수는 그해 가을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1987년 8월 500포인 트, 1989년 3월 역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어요. 규모가 4년 동안 무려 7배가 커진 거예요.
어떤 주식에 투자해도 돈을 벌 수 있었고, 돈을 벌어 신난 사람들은 만나면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웠어요. 1985년 말 77만여 명이던 투자자는 1989년 말 1,900만 명을 넘어섰어요. 1989년 말 한국 인구가 4,250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국민의 45%가 주식투자를 한 셈이죠.

거품 꺼지자 반 토막
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실시되고, 저유가, 저금리등 세계 경제 상황이 한국에 유리하게 바뀌자 우리 경제의 체력이 튼튼해졌어요. 1980년대 후반 주식 시장의 호황은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결과죠.
그렇지만 끝없이 주가가 오를 것처럼 보이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빚을 내어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투자가 아니라 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해 시장에는 ‘거품(버블)’이 만들어졌어요. 경제에서 거품이란,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 되는 것을 말해요. 비누 거품이 꺼지듯, 경제 거품도 언젠가는 반드시 꺼지게 됩니다.
1984년 이후 매년 말 종합주가지수는 연초 지수보다 항상 높았는데, 시장의 거품이 꺼지던 1989년에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어요. 이후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1992년 8월 종합주가지수는 최고를 기록할 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어요. 반 토막이 난거죠. 주가가 높을 때 주식을 샀던 많은 사람이 손실을 보았어요. 시장에서 돈을 잃고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때 주식시장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체험했던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멀리했어요. 2000년대 중반부터 주가가 오름세를 탔지만, 1989년과 비교해서 주식 거래 계좌는 거의 변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2021년 현재. 주식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과거 같은 ‘거품’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단순한 주가의 등락이 아닌, 기업이 이룬 실적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가치 투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종합주가지수가 뭔가요?
종합주가지수는 주식시장 전체의 주가 움직임을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 코스피(KOSPI,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지수라고도 해요. 이는 1980년 1월 4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종목의 모든 주식 가격을 합한 시가총액(발행 주식의 수x 주식 가격)을 기준점(100)으로 잡고, 오늘의 시가총액이 이때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만약 종합주가지수가 3,200포인트라면? 1980년 1월 4일과 비교해 시가총액(주식 가격이 아님)이 32배 올랐다는 뜻이에요.
▶ 주의할 점 하나. 증권거래소에서 새로 거래되는 종목이 생기고, 이미 거래되던 종목이더라도 기업이 주식을 더 발행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총수가 늘어납니다. 그러면 시가총액도 늘어나고, 주가지수도 높아져요.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단순히 시가총액으로 지수를 계산하면 주가 움직임을 제대로 읽을 수 없어요! 그래서 거래 주식 수의 변화로 커진 부분을 조정하고, 순수하게 가격이 올라서 늘어난 시가총액의 변화를 잡아내 코스피지수를 계산한답니다.
▶ 코스피지수는 주식시장 전체의 주가 움직임을 알려주는 지표지만, 이것만 보고 시장의 흐름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주로 대형주의 움직임에 따라 지수가 변하기 때문이에요. 자세한 주식시장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주식이 거래되는 수량, 기업의 거래액 등 다양한 지표를 살펴봐야 합니다.

 

 


 어린이 경제신문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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