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4.08 10:54
  • 수정 2021.11.18 10:26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⑤

한 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을 살펴보면 그 나라의 산업화와 경제 수준을 짐작할 수 있어요. 가난한 나라는 돈이 없어서 공장을 세우기 힘들고,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도 부족해요. 그래서 대부분 천연자원이나 농축수산물을 많이 수출하죠.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 공장에서 만든 물건의 수출 비중이 늘어나요.

공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이던 1950년대와 공업화 초기 단계이던 1960년대.
두 시기 우리나라 무역에 관해 알아봐요.

1964년 12월 5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제1회 수출의 날 기념식.’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을 만들었다. [사진-국가기록원]
1964년 12월 5일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제1회 수출의 날 기념식.’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을 만들었다. [사진-국가기록원]

1950년대 수출 품목 1위 ‘텅스텐’

1950년대 한국은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 흑연, 텅스텐, 철광석, 김 등 농축수산물과 광산물을 주로 수출했습니다.
수출 품목 1위였던 텅스텐은 1950년대 총수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팔았 어요. 텅스텐은 강도 높은 금속의 재료로, 금속을 자르거나 깎는 데 쓰는 공구, 전구의 필라멘트, 자동차 부품, 무기류 등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이후 6·25전쟁의 피해를 차츰 복구하고, 풍부한 노동력이 필요한 경공업 제품이 생산되면서 1958년부터는 면직물도 수출하게 됐어요.

1950년대 우리나라 수입의 75% 이상은 후진국에 주어지는 원조 물품이었습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생산시설 복구에 필요한 물자와 일상생활을 위한 생활필수품, 밀, 원면과 원당 등이 주를 이뤘죠. 반면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각종 기계류의 수입 비중은 전체의 10%도 안 됐어요.

이러한 수출입 품목으로 볼 때, 1950년대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가발은 ‘수출의 꽃’

1960년대 수출 품목 1위. 놀랍게도 가발입니다! 가발은 당시 한국 경제의 희망이자 수출의 꽃이었어요.

경제개발 초기부터 정부는 수출을 늘려 외화를 버는 것이 살길이라고 보고 수출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어요. 가장 급한 일은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을 찾는 일이었죠.
그래서 당시 최고의 영업사원 30명을 선발해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내라는 임무를 준 뒤 영국, 프랑스, 미국의 유명 백화점을 돌아보게 했어요.
적당한 상품을 찾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던 이들의 눈에 미국 백화점 앞에서 길게 줄 선 흑인들의 모습이 들어왔어요. 심한 곱슬머리여서 머리 손질이 어려운 흑인들이 가발을 사려고 기다리는 줄이었죠.

“이거다! 비단결 같은 한국 여성의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어!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니 원료 걱정도 없고.”
 

가발 수출, 1만 달러에서 5천만 달러로

가발 산업 아이디어는 반응이 좋아서 가발 공장을 경영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어요. 수출 첫해인 1964년 가발 수출액은 1만4천 달러. 다음 해 미국의 중국산 가발 수입금지 덕분에 수출액이 10배 이상 늘어 155만 달러를 기록했어요. 1966년 가발 수출액은 1천만 달러를 넘어섰고, 1967년 2천만 달러, 1968년 3천만 달러, 1969년에는 5천만 달러로 증가했어요.
국산 가발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으며 경제 발전에 필요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등 공신이 된 거예요.

가발의 뒤를 이은 1960년대 수출 품목은 장식용 액세서리, 돼지고기 가공 식품, 의류였습니다. 모두 임금이 낮고 노동력이 풍부한 공업화 초기의 나라가 경쟁력을 보이는 경공업 제품이죠.

한편 수입 품목은 철강 제품, 건설 자재, 수송기계류 등으로 산업화의 기반을 다지는데 필요한 것이었어요. 점차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기술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수출은 성장의 엔진

2012년 12월 5일, 우리는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규모(수출과 수입의 합) 1조 달러를 달성했어요. 이를 기념해 12월 5일은 ‘무역의 날’이 됐죠.

이전까지는 11월 30일이 ‘수출의 날’이었어요. 우리나라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추진과 더불어 수출 증대에 힘썼고, 그 결과 1964년 11월 30일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출의 날’을 만들었어요.

‘수출은 성장의 엔진’,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구호도 이 때 등장했어요.

석혜원 작가

 


어린이 경제신문 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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