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3.02 16:01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28)

6·25 전쟁이 끝난 뒤. 미국 정부는 무너진 건물과 생산시설을 복구하기 위한 자재나 생활필수품, 밀가루, 면화, 설탕 원료 등을 우리나라에 원조 물품으로 보내주었 어요. 원조 물품을 가공하는 제분, 면방직, 제당공업 등 삼백(세 가지 흰색) 산업의 발달은 경제개발의 기틀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했어요.
그럼 경제 원조를 받는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을까요?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회원국 되다
2009년 11월 25일.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인 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원조하는 나라가 된 거죠. DAC 회원국은 전 세계 원조의 90% 이상을 담당하면서 국제 원조에 앞장서는 나라들이에요.
한국이 DAC 회원국이 되면서 1963년 한국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해 설립된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사무소는 문을 닫았어요. 다른 나라 원조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 사정이 좋아져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한국의 이러한 변신은 OECD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물론 다른 나라 사람에게도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1년, G20(Group of 20) 정상회의 에서 참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각국 정상들에게 자신이 작성한 개발원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후 자신이 말한 내용을 기자 들에게 설명하면서 “한국은 많은 원조를 받다가 상당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사례로, 내가 자주 소개합니다.”라며 특별히 언급했어요. 그만큼 드물지만 가치있는 사건이라는 뜻이죠.

예멘,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를 원조하기 위해 포장된 쌀. 한국은 식량 원조 협약을 맺고 2018년부터 매년 5만 t의 쌀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예멘,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를 원조하기 위해 포장된 쌀. 한국은 식량 원조 협약을 맺고 2018년부터 매년 5만 t의 쌀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다른 나라 지원하는 별도 조직 설립
한국은 DAC에 가입하기 훨씬 전부터 대외원조, 즉 다른 나라를 돕는 데 관심을 가졌습니다. 1987년부터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및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교류를 늘리기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설치하고 유상원조를 시작했죠. 1991년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만들어 액수는 크지 않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상원조도 시작했어요.
▶유상원조는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무상원조는 이러한 조건 없이 그냥 도와주는 것을 말합니다.
개발도상국의 기업에 산업기술을 가르쳐주고, 식량이나 생활필수품을 보내거나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재난 발생시 구호 활동을 하는 일도 무상원조에 속해요.

DAC(OECD 개발원조위원회) 원조 규모

DAC는 회원국들에게 국민총소득의 0.7% 이상을 어려운 나라를 지원하는 데 쓸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2019년~2020년 DAC의 원조 규모는 전체 회원국 국민총 소득을 합친 금액의 0.3%와 0.32%입니다. 목표치(0.7%) 이상을 원조한 나라는 덴마크, 독일,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모두 유럽 국가죠.
DAC 가입 후 한국의 원조 금액은 2010년 11억 7,300만 달러에서 2020년 22억 5천만 달러로 약 2배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원조 규모는 국민총소득의 0.14%수준이라,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에요.

 

탄자니아(연합공화국)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나라로, 국토 대부분이 킬리만자로산으로 대표되는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있 다. 기사에 나온 모로고로는 탄자니아 북동부 울루구루 산맥에 있는 도시로, 탄자니아 최대의 도시이자 상업 중심지인 다르에르 살람의 서쪽에 위치한다. [사진-구글지도 캡처]
탄자니아(연합공화국)는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나라로, 국토 대부분이 킬리만자로산으로 대표되는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있 다. 기사에 나온 모로고로는 탄자니아 북동부 울루구루 산맥에 있는 도시로, 탄자니아 최대의 도시이자 상업 중심지인 다르에르 살람의 서쪽에 위치한다. [사진-구글지도 캡처]

한국만 할 수 있는 효율적 원조
우리보다 훨씬 큰 규모로 원조를 받았지만 인도나 이집트, 파키스탄 등의 경제 발전 수준은 여전히 한국보다 많이 뒤쳐져있습니다.
심지어 1980년대 초 세계은행의 원조를 받아 탄자니아 모로고로에 세워졌던 신발공장처럼 원조가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던 경우도 있어요.
신발공장을 세우면서 탄자니아 사람들은 'Made in Tanzania' 신발을 수출해 가난을 벗어날 꿈을 꾸었죠. 그러나 이 공장은 1990년 문을 닫았어요.
실패 원인의 하나는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장을 만든 것이었어요. 알루미늄으로 만든 공장 벽이 햇빛을 받아 달아오르면 공장 안은 찜통이 되어 숨쉬기도 힘들 정도 였다고 해요. 또 기계가 고장 나도 수리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고, 고치는데 필요한 부품의 공급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문을 닫을 때까지 이 공장에서는 생산 능력의 5% 이상을 생산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경제 원조가 효과를 보려면 국민이 잘 살아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생산 기술을 익히고, 자기 나라에 맞는 생산 환경을 연구하는 등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제 개발 협력 무대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가에 원조의 효율성을 높여서 경제개발을 성공시킨 경험과 교훈을 알려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꼽히고 있어요.


어린이 경제신문 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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