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1.12 15:14
  • 수정 2022.01.12 15:15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25)

지난 2006년 5월 2일부터 4일까지 영국 BBC1과 뉴스 전문 채널 BBC 뉴스 24, BBC 월드에서는 ‘한국 IT 특집 3부작’을 동시에 방영했어요. 약 2억 명의 세계인이 이 방송을 시청했죠.
한국 정보통신부가 만든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과 지능 로봇을 알게 된 사람들은 한국의 정보화 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IT 코리아’라는 말을 만들어낸 한국 IT(정보통신기술)산업의 성장 과정을 알아볼까요?

새 성장 동력, IT 산업을 키우자
1990년대 미국 경제를 살려낸 일등 공신은 컴퓨터와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IT기업입니다. 컴퓨터 대중화와 인터넷이 기술혁명에 날개를 달아주자 인터넷을 사업 모델으로 삼은 IT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미국 IT기업의 성공은 우리 정부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어요.
1995년 IT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보화촉진 기본법’을 만들었고, 각종 사업과 연구를 지원할 ‘정보화 촉진 기금’(현 정보통신 진흥기금)을 만들었어요. IT산업은 급속하게 발전했어요. 1995년에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기 발사, 1996년에는 세계 최초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의 이동전화 서비스(2G)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음했어요. 1994년 인터넷 상용 서비스에 나선 지 4년만인 1998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했죠.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IT기업에 대한 지원은 더 늘었어요. 창업자금 지원, 각종 세제 혜택 속에 120여 개의 벤처 창업보육센터도 만들어졌어요. IT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 위기 극복에 한몫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새로이 등장한 IT기업들은 서울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의 테헤란로 근처에 둥지를 틀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견주어 테헤란 밸리로 불렸어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으로 뭉친 IT기업 직원들이 밤을 낮 삼아 일하면서 테헤란밸리는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됐어요.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IT기업들의 둥지, 테헤란로.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한밤중에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IT기업들의 둥지, 테헤란로.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2000년 시련 딛고 쑥쑥 성장

1996년 7월 1일, IT기업이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미국의 나스닥시장을 본뜬 코스닥시장이 문을 열었어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안철수연구소,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셋톱박스 세계 1위 기업 휴맥스,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세계 브랜드로 만든 레인콤, 인터넷 온라인 게임 대중화에 성공한 엔씨소프트 등 성공 신화가 이어졌어요. 그러나 코스닥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면서 ‘묻지 마 투자’가 나타났고, 2000년 주가 대폭락으로 IT산업은 큰 시련을 겪습니다.

2000년 코스닥시장 대폭락

1999년 2월 24일 708.7이던 코스닥지수는 2000년 3월 10일 한 때 2925.20까지 오르면서 10개월 만에 4배 이상 크게 상승했어요. 그러나 2000년 3월 10일 미국 나스닥시장의 거품이 꺼지며 생긴 주가 대폭락은 한국에도 직격탄을 날렸죠. 지수는 2000년 12월 26일 522.80까지 추락했어요.

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정보통신기업 숫자가 2002년, 2003년 연속해서 줄어들었어요. 정부는 2004년 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국가 IT산업 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새로운 전략(IT839)을 세워요. 휴대 인터넷(와이브로),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미디어방송(DMB) 등 8가지 서비스를 활성화에 나섰어요.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TV, 차세대 PC, 디지털 콘텐츠 육성도 이때 등장했죠. 이에 힘입어 2004년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시제품 개발, 2005년에는 위성 이동 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작했어요. 우리나라 와이브로와 DMB 기술은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표준으로 채택됐어요.

고속 성장과 수출 많이 늘어
IT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 됐어요. IT 산업의 생산은 2002년 186조 원에서 2006년 248조 원으로 증가했죠. 국내총생산(GDP)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11.1%에서 2006년에는 16.2%로 늘어났어요. 2002년 571억 달러의 수출은 2005년 1,000억 달러를 돌파, 전체 수출에서 IT 비중은 30%를 넘어섰어요.
한국 IT산업은 고속 성장을 했지만, 과제도 있어요. 반도체, 이동전화, 컴퓨터 등 제조 분야의 기술력과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세계 최고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어린이 경제신문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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