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2.16 15:39
  • 수정 2022.02.16 15:42

석혜원 작가의 한국경제 성장사 (27)

1990년대 중반부터 무역 환경이 국가 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줄이거나 없애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이런 흐름이 결실을 맺으면서 자유무역협정(FTA
· Free Trade Agreement) 체결이 점차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끼리는 무역 과정에서 매겨지는 관세를 낮추는 등 유리한 혜택을 주게 됩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한국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섰어요.

우리나라 FTA 발효 상대국과 FTA 무역 비중. [자료 : FTA 종합지원센터]
우리나라 FTA 발효 상대국과 FTA 무역 비중. [자료 : FTA 종합지원센터]

칠레, 우리나라 첫 FTA 체결 상대국
다른 나라들의 FTA 체결이 계속 늘고, 다른 나라가 한국의 수출상대국과 먼저 협정을 맺으면 한국 상품이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제기됐어요. 반대로 한국이 먼저 FTA를 맺고 낮은 관세를 내고 수출하면 시장을 키울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8년 11월 칠레와 FTA를 맺기로 하고, 1999년 12월부터 협상에 나섰어요. 첫 FTA 체결 대상 국가로 칠레를 택한 것은 두 나라 사이의 무역량이 많지 않았고, 칠레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협정 체결 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한-칠레 FTA가 효력을 발휘하면 피해를 보게 될 농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예상보다 진행이 늦어졌어요. 2003년 2월에야 양국 간 협정이 이뤄졌어요.

2000년대 세계 무역, 대세는 FTA
2000년대 들어 FTA 체결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기 전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속했던 148개 회원국 가운데단 한 건의 FTA도 발효시키지 않았던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었어요. 2003년 한국의 무역 규모가 세계 12위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FTA 체결 시작은 늦은 편이었죠.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2021 년 10월 기준 한국은 50여 개국과 총 17개의 FTA 협정을 발효시켰습니다.

한-칠레 협정 체결 과정
2004년 2월 16일 오후, 대한민국 국회에서 한-칠레 FTA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어요.
재적의원 271명 가운데 234명이 참석해 비준동의안에 대한 기명투표를 했습니다.
결과는 찬성 162표, 반대 71표, 기권 1표로 비준 동의안이 가결됐어요. 한-칠레 FTA 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법도 함께 통과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든 3천여 명의 농민들은 크게 반발 했어요. 돌멩이와 소주병을 던지며 국회로 들어가려는 농민들도 있었어요.
반대로 자동차, 휴대폰,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서는 수출 증가를 기대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예상대로 2004년 4월 1일부터 한-칠레 FTA 효력이 발생하자 칠레산 포도와 와인을 비롯한 농산물 수입은 늘어났고,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칠레 수출은 증가했어요.

 새로운 무역 흐름 메가(Mega) FTA
최근 세계 무역의 새로운 흐름은 메가(Mega) FTA입니다.
FTA에 ‘크다’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메가(Mega)를 붙인 말로 세 나라 이상의 국가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말해요. 두나라 사이의 협정인 기존 FTA에 비해 가입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메가 FTA는 효과가 훨씬 커요.
메가 FTA의 대표적인 예는 아세안 10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 제동반자협정(RCEP)’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칠레, 페루,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입 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RCEP 참여국과의 무역은 전체 무역의 거의 절반입니다. 2022년 2월 1일부터 RCEP의 효력이 발휘 됐으니, RCEP 참여국과의 무역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스파게티 볼 효과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 수출이 늘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등 여러 가지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반면, 부작용을 걱정하는 소리도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스파게티 볼 효과’입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여러 나라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법률, 표준 등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오히려 많이 들어가, 결국 자유로운 무역으로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인다는 본래의 FTA 효과가 줄어드는 것을 말해요.
스파게티 그릇 안에 국수 가닥이 얽히듯 기업들이 각각 다른 규정과 절차를 알아보느라 시간과 돈을 많이 써서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죠.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바그와티 교수가 동시에 진행 되는 FTA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을 계기로 쓰이게 된 용어입니다.


어린이 경제신문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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